설계의 자동화, 인간 설계자의 입지를 위협하다
2025년 현재, 건축 설계 분야는 AI 기반 모델링 기술의 급격한 확산으로 중대한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복잡한 도면을 수작업이나 CAD 소프트웨어를 활용하여 작성하던 방식에서, 이제는 인공지능이 입력된 조건에 따라 자동으로 도면을 구성하고 구조를 시뮬레이션하는 수준에 도달하였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업무 효율성 측면에서는 혁신적일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도면 설계를 주 업무로 하던 CAD 도면사, BIM 모델러, 설계 어시스턴트 등의 직종에 심각한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특히 중소형 설계사무소나 프리랜서 기반 설계 인력은 점차 AI 모델링 도구에 의해 그 자리를 위협받고 있으며, 이로 인해 생존 전략과 역할 변화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본 글에서는 AI 모델링 툴이 건축 도면 관련 인력에게 어떤 변화를 요구하는지, 그리고 이들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를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AI 모델링 기술의 현재 수준과 도면 자동화의 현실
최근 건축 업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AI 모델링 기술은 단순한 도면 생성에서 그치지 않고, 설계 조건 기반의 대안 생성, 환경 분석, 비용 예측, 구조 시뮬레이션까지 자동화하는 기능을 제공합니다. 대표적인 예로는 Spacemaker, TestFit, ArkDesign, Hypar 등의 AI 기반 도구들이 있으며, 사용자는 건폐율, 용적률, 일조권, 조망, 소음 등 다양한 도시계획 요소를 입력하면 수초 내에 수십 가지 설계 시나리오를 제시받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기술의 등장으로 인해, 기존에 수일이 걸리던 대지 분석과 설계 대안 제시 과정이 단 몇 분 만에 완성되는 시대가 열리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설계 초기 단계에서 반복적으로 이루어졌던 도면 작업과 평면 배치 설계는 점차 자동화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해당 작업을 맡아왔던 도면사, CAD 디자이너, BIM 어시스턴트 등의 역할은 축소되고 있습니다.
건축 도면 인력의 현실: 단순 반복 작업에서 고립되다
AI 도입이 본격화되면서 건축 도면 인력은 다음과 같은 구조적 위기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첫째, 단순 반복 작업의 자동화로 인해 수작업 도면 작성의 비중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습니다. 특히 공장, 오피스텔, 임대형 주택 등 정형화된 구조가 많은 프로젝트에서는 AI가 더욱 빠르고 정확하게 작업을 수행하므로, 수작업 기반 인력의 수요가 급감하고 있습니다.
둘째, 의사결정권 밖에 있는 도면 인력의 고립입니다. 기존에는 설계사의 지시를 받아 도면을 완성하던 인력이었지만, AI가 직접 대안을 제시하는 구조에서는 설계자가 AI와 직접 작업을 수행하게 되며, 중간 인력의 개입 필요성이 낮아지고 있습니다.
셋째, 기술 변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현장 인력의 재교육 부재입니다. 실제로 일부 도면사는 "AI 기반 BIM 툴을 접해본 적조차 없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하며, 이로 인해 기존 CAD 중심의 기술만 익힌 인력이 AI 모델링 흐름에서 소외되고 있습니다.
AI가 대체하지 못하는 건축 설계 인력의 고유 영역
그럼에도 불구하고, AI 모델링 툴이 모든 설계 업무를 완전하게 대체할 수는 없습니다. AI는 효율적이고 빠른 설계 제안은 가능하지만, 여전히 다음과 같은 ‘인간 설계자의 판단력과 직관’이 필요한 영역은 존재합니다.
첫째, 비정형 구조나 창의적인 공간 구성입니다. 문화시설, 예술공간, 복합문화센터 등은 기술적 정합성보다 디자인 철학과 공간 경험이 중요한데, 이는 AI가 수치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둘째, 클라이언트 요구를 해석하고 설계에 반영하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입니다. 고객의 니즈는 명확한 수치가 아니라 감성적 요소가 포함되어 있는 경우가 많아, 이를 설계에 녹여내는 일은 인간의 역할입니다.
셋째, 건축법규의 해석과 적용, 특히 현장 여건에 따라 유연하게 판단해야 하는 사항들은 AI가 일괄적으로 처리하기 어렵습니다. 이러한 영역은 숙련된 설계자와 도면 담당자의 경험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합니다.
따라서 AI는 인간을 완전히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설계 보조자’로서의 역할에 머물러야 하며, 인간은 기획자이자 전략가로서의 포지션을 가져야 합니다.
도면 인력의 생존 전략: 고부가가치 설계 능력과 도구 활용 역량 확보
건축 도면 관련 인력이 앞으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자신의 업무를 ‘자동화될 수 있는 업무’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업무’로 구분하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후자에 집중하여 자신의 경쟁력을 키워야 합니다.
첫째, AI 모델링 툴을 활용할 수 있는 실무 역량을 확보해야 합니다. 단순히 툴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그 도구를 통해 설계 아이디어를 빠르게 구현하고 검토하는 능력이 중요합니다. 이를 통해 설계 초기단계에서 더 깊이 관여할 수 있습니다.
둘째, 건축 디자인 감각과 창의력, 컨셉 기획 능력을 강화해야 합니다. AI가 대체하지 못하는 독창적인 설계를 통해 브랜드화된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면, 클라이언트가 찾는 디자이너가 될 수 있습니다.
셋째, 건축 행정, 법규, 인허가 절차에 대한 실무 지식을 병행하여 보유하면, 단순 도면 인력을 넘어 ‘설계 실무의 컨트롤 타워’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결국 핵심은 기술에 밀리지 않는 것이 아니라, 기술을 내 편으로 만드는 방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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