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운전 기술 확산으로 줄어든 대리운전기사 수입: 자동화 시대의 그늘 속 노동자
'밤의 조용한 조력자'였던 대리운전, 이제 AI가 그 자리를 넘본다
대리운전기사는 오랫동안 도심의 밤을 지켜온 조용한 조력자였다. 음주 운전자 대신 운전대를 잡고, 낯선 고객의 차를 무사히 목적지까지 이송하며 안전한 귀가를 도왔던 이들은, 특히 늦은 밤과 새벽 시간대의 사회적 안전망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이들의 일자리를 둘러싼 환경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 그 중심에는 AI 기반 자율주행 기술의 확산과 상용화 움직임이 있다. 이제 사람 없이도 차량이 스스로 목적지를 찾아가고, 고객은 앱만으로 차량 호출부터 탑승, 결제까지 마칠 수 있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특히 레벨 4 이상의 자율주행 기술이 상용화되면서, 대리운전이 꼭 필요한 서비스가 아니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으며, 이는 곧바로 대리운전기사의 수입 감소와 고용 불안정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 글은 AI 운전 기술이 대리운전 시장에 미친 구체적인 영향과 그로 인해 현실적으로 줄어든 수입 구조, 그리고 직업적 생존 전략까지 총체적으로 다룬다.
AI 자율주행 기술의 상용화가 시작된 지금, 대리운전 수요는 줄고 있다
자율주행 기술은 수년 전만 해도 ‘먼 미래’로 여겨졌지만, 이제는 실제 도로 위에서 그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테슬라, 현대차, 웨이모, 모빌아이 등 주요 자동차·AI 기업들이 레벨 3~4 자율주행 기술을 상용화하면서, 사람의 개입 없이 차량이 스스로 주행할 수 있는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
이와 함께 다음과 같은 변화가 대리운전 시장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고 있다:
- 고급 차량 오너들의 자율주행 기능 활용 증가
-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을 통한 야간 안전 주행 보완
- 자율주행 택시 시범 서비스 확대
- 대리운전 고객층의 이동: 직접 귀가 혹은 대체 교통수단 이용
특히 음주 후 귀가를 위한 대리운전 수요는 기존에는 대중교통이나 택시보다 개인 차량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던 고객층이 주요 타깃이었지만, 이제는 차량 스스로 운전하거나, 대체 기술을 통해 차량을 주차장에 보내는 방식까지 실현 가능해지면서, 대리운전의 필요성이 줄고 있다.
또한 운전자의 피로도를 줄이는 AI 기반 보조 운전 시스템(예: 차선 유지, 자동 감속, 전방 추돌 방지 등)이 확산되면서, 피곤해서 대리운전을 부르던 고객의 수요도 일부 감소하고 있다.
대리운전기사의 수입 구조 변화: 시간은 길어졌고, 콜은 줄었다
실제 현장에서 활동 중인 대리운전기사들의 목소리는 이 변화를 명확히 드러낸다. 특히 서울·수도권 지역의 경우, 과거에는 금요일과 토요일 저녁 9시 이후부터 새벽 2시 사이에 집중적으로 몰리던 콜 수요가 최근 1~2년 새 확연히 줄어들었다.
수입 구조의 변화는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나타난다:
- 1일 콜 수 감소: 동일 시간 대비 콜 횟수가 평균 20~30% 감소
- 이동 거리 증가: 콜 사이의 대기 시간이 길어지면서 ‘헛손질’ 증가
- 단가 경쟁 심화: 호출 플랫폼 내 기사 수는 유지되며 가격 하락 압박
- 지역 편차 확대: 중심가·부촌 위주 콜 집중 → 외곽·저밀도 지역 수입 감소
- 자차 자율주행 이용 고객의 급증: 특정 고객층의 이탈 현상 가속화
이러한 흐름 속에서 많은 대리운전기사들이 과거 대비 수입이 30~40% 줄어들었다고 체감하고 있으며, 단시간 집중 수입이 불가능해짐에 따라 이중 직업을 고려하거나 업계를 이탈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AI 기술이 대체할 수 없는 영역은 존재하는가? 인간의 섬세함은 여전히 필요하다
자율주행이 확산되고 있지만, 아직 모든 상황에서 완전한 대체가 가능한 것은 아니다. 특히 대리운전이 단순히 운전만이 아니라 고객 차량을 안전하게 다루고, 고객과 직접 소통하며, 예상치 못한 변수에 대처하는 감각을 요구하는 직업이라는 점에서, 아직까지는 사람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상황에서는 AI가 완벽히 대응하지 못한다:
- 고객이 음주로 인해 길 안내나 의사소통이 필요한 경우
- 좁은 골목길, 복잡한 아파트 단지 내 주차 등 섬세한 조작 필요
- 기계가 인식하지 못하는 차량 특성(수동 변속, 이상 반응 등)
- 사고 발생 시 대처 및 고객 응대 능력
또한 고객이 자신의 차량을 타고 귀가하는 데서 느끼는 심리적 안정감, 운전 중 발생하는 대화, 수고에 대한 감사 등은 단순한 주행 기능을 넘어서는 인간적 서비스 가치로 볼 수 있다. 결국 기술은 사람을 대신할 수는 있지만, 고객과의 관계를 형성하는 정서적 서비스까지는 대체하지 못한다.
대리운전기사의 생존 전략: 전문화, 다각화, 플랫폼화를 모색해야 할 시점
대리운전 시장이 기술 변화로 흔들리는 지금, 기사 개개인은 보다 전략적인 생존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다음은 실질적인 대응 방향이다:
① ‘프리미엄 대리’로의 포지셔닝 전환
고급차량 운전자 대상, 정장 착용 및 커뮤니케이션 훈련이 포함된 프리미엄 대리운전 서비스에 대한 수요는 여전히 존재하며, 가격도 높게 형성된다.
② 운전 대행의 다각화
전통적 ‘대리운전’ 외에도 다음과 같은 영역으로 확장이 가능하다:
- 시승 차량 배달
- 렌터카 이동
- 고급 행사 차량 픽업
- 차량 정비소 대행 운전 등
③ 플랫폼 운영자 또는 팀 구성 형태로 진화
개인 기사로 활동하기보다는 콜을 직접 수집하고 팀을 관리하는 플랫폼형 기사 리더로 성장할 수 있다. 이는 기술과 사람을 연결하는 중간 관리자 역할이다.
④ 자율주행차 관련 보조직으로 이동 고려
향후 자율주행차가 본격 확산될 경우, AI 차량에 동승해 상황을 모니터링하거나 응급상황에 개입하는 보조 인력으로의 전환도 현실적인 방안이 될 수 있다.
기술은 움직이지만, 서비스는 여전히 사람을 필요로 한다
AI 운전 기술은 앞으로도 계속 발전할 것이다. 그리고 대리운전기사들의 일자리는 이에 따라 점차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모든 기술은 결국 사람을 위해 존재하며, 사람을 대체하는 데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대리운전은 단순히 자동차를 이동시키는 작업이 아니라, 안전, 신뢰, 예의, 섬세함을 동반한 ‘사람 중심의 서비스’다. 기술이 움직이는 세상에서, 사람은 감각과 감정을 가지고 반응하는 존재로서의 가치를 잃지 않아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대리운전기사가 ‘운전 그 이상’을 제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할 시점이다. 자동화는 피할 수 없지만, 인간적인 연결과 감각은 AI가 절대 흉내 낼 수 없는 영역이다. 그리고 그 영역에서, 대리운전기사의 진짜 생존 가능성이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