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자동 내역서 작성기로 사라지는 보험 청구 대행직: 의료 문서도 기계가 쓰는 시대
병원 진료 후 ‘서류 처리’는 이제 사람의 몫이 아니다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뒤, 환자가 보험금을 청구하려면 복잡한 서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진단서, 치료 내역서, 약제 내역 등 다양한 문서를 병원에서 발급받아 보험사에 제출해야 한다. 하지만 많은 환자들은 이러한 과정이 번거롭고 어렵게 느껴졌고, 바로 그 틈을 파고든 직업이 보험 청구 대행직이었다. 이들은 환자를 대신해 병원 진료기록을 정리하고, 보험 청구를 위한 서류를 작성해주며 일정 수수료를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해왔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AI 기반 자동 내역서 생성 시스템이 확산되면서 이 직업군이 위기를 맞고 있다. 병원과 보험사가 직접 연동되는 시스템이 도입되고, 환자가 앱으로 몇 번의 클릭만으로 청구를 마칠 수 있게 되면서, 보험 청구 대행직은 점점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이제는 문서 작성조차 기계가 하는 시대다. 이 글은 AI 자동화 기술이 보험 청구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대행직 종사자들이 어떤 소외를 겪고 있는지, 그리고 인간이 맡을 수 있는 역할이 무엇인지 심층적으로 다룬다.
보험 청구 자동화 기술의 발전: 클릭 몇 번이면 서류가 완성된다
기존에는 환자가 병원 진료 후 필요한 서류를 직접 발급받아 보험사에 제출해야 했고, 이를 대행해주는 ‘보험 청구 도우미’가 존재했다. 하지만 지금은 병원 EMR(전자의무기록) 시스템과 보험사의 시스템이 연동되고, 여기에 AI 기반 자동 내역서 생성 기술이 결합되면서 사람 없이도 보험 청구 문서가 실시간으로 생성되고 제출되는 시대가 도래했다.
AI 자동 청구 시스템의 핵심 기능:
- 병원 전산 데이터에서 진료·치료 내역 자동 추출
- 의학 코드와 보험사 기준에 맞는 서식 자동 변환
- OCR 기반 진단서·약제내역 자동 디지털화
- 보험사 제출용 PDF 문서 자동 생성 및 전송 기능
- 환자에게 보험청구 가능 여부 실시간 안내
대표적으로 일부 헬스케어 앱은 진료 후 영수증 사진만 찍으면 자동으로 보험 청구 서류를 생성해주는 기능을 탑재하고 있으며, 보험사들은 이에 맞춰 API 연동을 강화해 별도의 대행 없이도 빠르게 보험 청구가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이러한 자동화 흐름은 시간과 비용을 줄이면서도 정확도를 높인다는 이유로 빠르게 보편화되고 있다.
보험 청구 대행직의 역할이 줄어든 현실
보험 청구 대행직은 주로 병원 근처나 약국 주변, 혹은 모바일 앱 기반으로 활동하면서 환자의 서류 정리를 도와주고 일정 수수료를 받는 방식으로 운영되어 왔다.
그러나 자동화 기술이 보편화되면서 이들의 일감은 급속도로 줄어들고 있다. 특히 간단한 진료 및 약 처방 청구 건의 경우, 더 이상 대행 서비스가 필요 없을 정도로 기술이 정교해졌기 때문에 시장 자체가 축소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체감되는 현장 변화:
- 초진·소액 청구 건수에서 대행 요청 급감
- 앱 기반 청구로 인한 오프라인 고객 감소
- 병원에서 자체 청구 시스템 안내로 외부 대행 불필요화
- 수수료 인하 압력과 경쟁 심화로 수익성 악화
- 대형 병원 중심으로 ‘내부 서류 자동 출력 시스템’ 도입
실제로 일부 청구 대행직 종사자들은 “기존 고객 중 절반 이상이 앱으로 갈아탔고, 신규 고객 유입이 거의 없어진 상태”라고 말한다.
이러한 상황은 단순히 일감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직업군 자체의 생존 가능성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AI가 넘보지 못하는 ‘사람 중심’ 보험 상담의 여지
자동화는 효율성을 높이지만, 모든 환자가 동일한 방식으로 서류를 이해하고 처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 고령자, 외국인, 서류에 익숙하지 않은 환자들은 여전히 사람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경우가 많다.
사람이 필요한 영역은 여전히 존재한다:
- 복잡한 보험 상품별 청구 기준 해석
- 특수 질병, 입원 치료 등 서류 누락 가능성 검토
- 고령층의 서류 출력, 스캔, 업로드 보조
- 비급여·실손보험 항목 분류에 대한 컨설팅
- 보험사 민원 대응 및 이의 신청 대행
또한 AI는 기본적으로 정형화된 정보만 처리할 수 있기 때문에, 비표준 상황이나 예외 조항이 포함된 청구 건에서는 여전히 인간의 개입이 필요하다.
이러한 부분을 중심으로 보험 청구 대행직은 기존 단순 문서 작성자에서 상담가·컨설턴트의 역할로 전환할 수 있는 가능성을 모색할 수 있다.
보험 청구 대행직의 생존 전략: 단순 작성에서 복합 컨설팅으로 진화하라
AI가 단순한 작업을 대체하는 시대에는, 사람은 ‘복합성’과 ‘상황 대응력’이 요구되는 분야에 집중해야 한다. 보험 청구 대행직 역시 단순 서류 작성자로서의 역할이 아닌, 환자 맞춤형 컨설턴트로 포지션을 바꾸는 전략이 필요하다.
생존 전략 제안:
질환별 보험 청구 가이드 제공자로 포지셔닝
- 특정 질병, 사고, 입원 유형에 따라 필요한 청구 서류, 항목, 주의사항을 안내하는 “인간 FAQ 시스템”으로 역할 확대
청구 서류 검수 및 오류 예방 서비스 제공
- AI가 생성한 서류라도 완벽하지 않다. 누락 항목, 비보험 항목 오류 등 최종 검수를 통해 신뢰성 보완
고령층 및 디지털 소외계층 맞춤 서비스 집중
- 앱이나 시스템 사용이 어려운 이용자를 위한 오프라인 방문 서비스 또는 전화 상담 서비스 확대
보험사와의 중간자 역할 수행
고객 대신 이의제기, 서류 재제출, 반려 사유 확인 등 클레임 처리 업무까지 확장 가능
AI는 서류를 만들 수 있지만, 보험금을 받아내는 건 여전히 사람이다
AI 자동 내역서 작성기는 보험 청구 과정을 빠르게, 정확하게 만들어주고 있다. 하지만 모든 환자가 그 기술을 100% 활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보험은 단순한 정보 전달이 아니라, 이해관계가 얽힌 민감한 소통의 영역이며, 그 속에는 여전히 사람의 설명, 배려, 개입이 필요하다.
앞으로의 보험 청구 대행직은 단순 작성자를 넘어, 컨설팅과 문제 해결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변화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기계가 데이터를 처리하는 동안, 사람은 그 데이터를 통해 고객의 입장에서 싸워줄 수 있는 조력자가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