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의 진보가 모두를 포용하는 것은 아닙니다
2025년 현재, 인공지능(AI) 기술은 전 산업에 걸쳐 빠르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기업은 생산성 향상과 비용 절감을 위해 자동화 시스템, 챗봇, 로봇 프로세스 자동화(RPA) 등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으며, 기존의 인력을 대체하거나 보완하는 방향으로 조직 구조를 재편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분명 산업 효율성의 측면에서 긍정적일 수 있지만, 노동시장 내에서 상대적으로 취약한 위치에 있는 장애인 근로자들에게는 직무 축소와 기회의 감소라는 위기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AI 기술의 확대는 고도화된 디지털 기기와 시스템을 기반으로 하며, 이로 인해 장애인이 수행할 수 있는 단순 반복 업무의 상당수가 기계로 대체되고 있습니다. 특히 지체 장애, 청각 장애, 지적 장애를 가진 근로자들은 신체적 제약이나 학습 환경의 한계로 인해 새로운 기술 환경에 적응하기 어렵고, 이는 결과적으로 직무 접근성과 고용 지속성 모두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AI 전환이 장애인 노동자에게 가져온 직무 변화와 구조적 문제를 분석하고, 앞으로 장애인 노동시장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대응 방안을 모색해보겠습니다.
자동화에 따른 장애인 전용 직무의 대체와 고용 위축
현재까지 장애인 고용은 대부분 공공기관 및 대기업의 의무고용 제도에 기반해 유지되어 왔습니다. 이들 기관은 장애인의 특성과 능력을 고려해 단순 사무보조, 문서 분류, 우편 업무, 안내 지원, 물류 포장 등의 직무를 중심으로 장애인 인력을 배치해왔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직무의 상당수는 이미 AI나 로봇 기술로 대체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대형 기업에서는 문서 자동 분류 시스템, 전자결재 자동화, 키오스크 기반 안내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기존에 청각 장애인이나 지체 장애인이 맡던 오프라인 안내·사무보조 역할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또한 물류 업계에서는 자동 분류 시스템과 로봇 배송 도입으로 인해 단순 포장 및 운반 업무 역시 장애인 채용 대신 기계 도입을 우선시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특정 직무의 소멸이 아니라, 장애인 고용 기회 자체의 축소로 이어지고 있으며, 실제로 한국장애인고용공단 통계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장애인 의무고용 미이행 기업 수는 증가했으며, 이들의 주요 사유로 '직무 부적합'과 '기술 전환으로 인한 인력 불필요'가 보고되었습니다.
즉, 기술 발전이 오히려 포용적 고용을 위축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디지털 격차와 직무 재교육의 불균형이 초래하는 고용 소외
AI 전환 시대의 또 다른 문제는 장애인과 비장애인 간의 디지털 접근성 격차입니다. 디지털 기반의 직무가 확대되는 만큼, 해당 기술을 익히고 사용하는 능력이 곧 고용 가능성과 직결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장애인 근로자의 다수는 기본적인 IT 활용 능력조차 체계적으로 교육받지 못한 경우가 많으며, 특히 저학력·고령·지적 장애를 가진 경우에는 기술 학습 속도가 현저히 낮은 편입니다.
공공기관이나 민간에서 제공하는 직업 훈련 프로그램 역시 대부분 비장애인 기준으로 설계되어 있어, 장애 특성에 맞춘 보조기기나 학습 방식이 부족합니다. 이에 따라 재교육 프로그램의 접근성 자체가 낮고, 결국 AI 전환으로 인해 소멸된 직무에 대한 대체 직무로의 이동이 불가능한 상태에 놓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더 나아가, 일부 고용주는 '기술에 적응하기 어렵다'는 편견을 기반으로 장애인 근로자의 디지털 직무 전환 자체를 단념하거나, 채용을 회피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훈련 부족이 아니라, 기회의 불균등과 인식의 차별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구조적 고용 차별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AI 기술 환경에서 장애인 근로자의 생존 전략과 고용 정책의 재구성
장애인 노동자의 생존 전략은 단순히 기존 직무를 지키는 것에 그쳐서는 안 됩니다. 변화하는 기술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능동적인 역량 개발과 제도적 지원이 병행되어야 하며, 특히 다음과 같은 방향성이 필요합니다.
첫째, 보조공학기기와 AI 기술을 활용한 직무 확장 모델이 적극 도입되어야 합니다. 음성 기반 입력, 스크린 리더, 확대 출력기 등 다양한 장애 유형에 맞춘 기술적 보완이 가능해진 만큼, 장애인의 디지털 직무 수행을 도울 수 있는 기술 인프라 투자가 반드시 병행되어야 합니다.
둘째, 장애인 맞춤형 직무 재설계가 필요합니다. 기존의 단순직 중심의 장애인 고용 구조에서 벗어나, 데이터 라벨링, 고객 응대 보조, AI 트레이닝 보조 등 기술과 접점이 있는 직무로의 전환이 가능하도록 프로그램이 설계되어야 합니다. 이는 단기적인 직무 유지보다 중장기적 고용 안정성을 보장하는 전략입니다.
셋째, AI 전환에 따른 장애인 고용률 유지를 위한 정책적 개입이 필요합니다. 단순한 의무 고용 비율이 아닌, ‘AI 시대 맞춤형 장애인 고용 평가 지표’를 마련하고, 기업에 인센티브 제공, 가이드라인 제시, 직무 공유 플랫폼 제공 등을 통해 장애인의 기술 기반 노동시장 편입을 제도적으로 유도해야 합니다.
결론: 기술 진보는 배제가 아니라 포용의 기회가 되어야 합니다
AI와 자동화 기술은 우리 사회의 효율성과 생산성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기술이 사회적 약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하고, 그들을 노동시장에서 배제하는 방향으로만 쓰인다면, 우리는 기술의 진보가 아니라 사회적 퇴보를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장애인 노동자는 단순한 고용 대상이 아니라, 사회적 다양성과 포용의 지표를 보여주는 중요한 존재입니다. AI 전환 시대에는 오히려 기술이 이들을 더 많이 도울 수 있는 가능성이 존재하며, 문제는 기술이 아닌 그 기술을 어떻게 설계하고 적용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단순히 직무를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대의 직무를 ‘장애인이 함께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것입니다. 장애인의 노동권을 보호하고 확장하는 방향으로 기술과 정책이 맞물릴 때, 진정한 포용적 기술 사회로 나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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