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직업군

AI로 사라지는 법률 보조인: 파라리걸의 위기와 대안은 있는가?

haedal-new 2025. 7. 20. 12:47

AI가 잠식하는 법률 사무소, 파라리걸의 역할은 어디로 향하는가?

AI 기술이 법률 산업 전반에 빠르게 스며들고 있다. 과거에는 변호사와 법률 보조인이 수작업으로 처리하던 문서 작성, 판례 검색, 계약서 검토 등이 이제는 AI 기반의 리걸테크(LegalTech) 솔루션에 의해 자동화되고 있다. 특히 그 중에서도 가장 큰 영향을 받고 있는 직업군은 바로 ‘파라리걸(paralegal)’이다. 파라리걸은 변호사보다 한 단계 낮은 수준의 법률 지식을 갖춘 전문 인력으로, 각종 서면 작성, 자료 조사, 증거 정리 등 중요한 실무를 담당해 왔다. 하지만 AI의 등장으로 이들이 담당하던 작업의 상당수가 몇 초 만에 처리 가능해지면서, 법률 사무소에서 파라리걸의 필요성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이 글은 AI 기술의 발전이 파라리걸에게 미치는 영향과 그 속에서 생존 가능성, 나아가 미래의 법률 인력 재편 방향을 분석한다.

AI 시대 소외된 직업군 법률 보조인 파라리걸

파라리걸의 업무와 AI에 의한 자동화 경향

파라리걸은 변호사와 함께 일하면서 각종 법률 문서를 준비하고, 재판 관련 자료를 정리하며, 사건의 흐름에 필요한 정보 조사를 맡는 실무 전문가다. 과거에는 경험이 풍부한 파라리걸이 하나의 소송 결과를 좌우할 정도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이들은 주로 다음과 같은 작업을 맡는다:

  • 법률 문서의 초안 작성
  • 판례 검색 및 비교 분석
  • 소송 서류 정리 및 제출
  • 계약서 검토 및 오류 점검
  • 증거 목록 정리 및 연관성 확인

하지만 현재는 이 업무의 대부분이 AI 시스템에 의해 빠르게 대체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AI 문서 생성 툴은 수천 건의 법률 문서 데이터를 학습하여 자동으로 계약서 초안을 작성하거나, 민사소송에 필요한 준비서면을 빠르게 생성한다. AI 기반 판례 검색 엔진은 키워드만 입력하면 유사 사례를 자동 분류하고, 요약과 관련 법령까지 제시해준다. 사람이 몇 시간, 며칠 걸리던 작업이 AI 덕분에 몇 분 안에 끝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실제 법률 사무소에서 일어나는 구조조정 현실

국내외 주요 로펌과 법률 사무소에서는 이미 파라리걸의 역할을 축소하거나 재배치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미국의 중대형 로펌에서는 최근 3년 사이 파라리걸 채용 공고가 30% 이상 감소했고, 일부 로펌은 신규 채용을 아예 중단하기도 했다. 한국에서도 중소형 로펌이나 개인 법률 사무소에서는 “AI 도입 이후 보조인 채용이 불필요해졌다”는 의견이 늘고 있다.

실제 현장에서는 업무 효율성과 비용 절감을 이유로 AI 툴 도입이 급증하고 있다. 한 법무법인의 관계자는 “과거에는 2명의 파라리걸이 하루 종일 걸리던 판례 정리가, 이제는 AI 한 번 실행으로 10분 안에 끝난다. 업무의 60% 이상이 자동화된 셈이다”라고 밝혔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업무 방식의 변화가 아니라, 직업 자체의 필요성에 대한 근본적 의문을 던지고 있다.

 

AI로 대체할 수 없는 파라리걸의 영역은 존재하는가?

AI가 아무리 정교해지더라도 모든 업무를 완전히 대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 다음과 같은 영역에서는 여전히 사람만이 수행할 수 있는 가치 있는 역할이 존재한다.

  • 의뢰인과의 감정적 커뮤니케이션: AI는 상황에 대한 판단은 가능하지만, 의뢰인의 감정 상태를 파악하고 공감하는 능력은 제한적이다. 파라리걸은 법률 상담 과정에서 의뢰인을 안정시키고, 사실 관계를 자연스럽게 유도하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 복잡하고 비정형적인 사건 대응: 단순한 형식의 계약서나 일반 민사소송은 AI로 대체할 수 있지만, 다중 이해관계가 얽힌 복합 사건은 여전히 인간의 사고력과 경험이 필요하다.
  • 법률 전략 회의 및 의사결정 지원: 변호사가 사건을 준비할 때, 다양한 시각에서 전략을 세우는 데 도움을 주는 역할은 AI가 쉽게 대체하기 어렵다. 이는 업무 경험을 기반으로 한 인간의 판단력에서 비롯된다.

즉, 파라리걸이 단순 반복 업무를 넘어서고, 법률 서비스의 ‘조력자’에서 ‘전략 파트너’로 거듭난다면 AI와의 공존이 가능해진다.

 

변화에 대응하는 파라리걸의 생존 전략

AI 시대에 파라리걸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단순 보조 업무에만 머무르지 않고, 다음과 같은 전략적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

  1. 리걸테크 도구 활용 역량 강화
    단순히 AI에 밀리는 것이 아니라, AI 도구를 능숙하게 다루는 능력이 요구된다. 판례 검색, 문서 작성, 계약서 자동화 툴 등을 활용할 수 있는 ‘디지털 법률 인력’으로 포지셔닝해야 한다.
  2. 전문화된 법률 분야로의 이동
    특허법, 국제거래, 환경법 등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한 분야는 AI 도입이 더딘 편이다. 해당 분야에 특화된 파라리걸은 여전히 수요가 존재한다.
  3. 의사소통 및 전략 보조 능력 향상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 법률 전략 브레인스토밍 참여 등 ‘사람이 해야 할 영역’에서 강점을 기를 필요가 있다. 특히 변호사와의 협업 능력이 중요해진다.
  4. 자격증 및 교육 강화
    국내에서는 아직 파라리걸에 대한 공인 자격이 체계적이지 않지만, 미국이나 유럽의 경우 공인 파라리걸 자격증이 있다. 국내에서도 관련 자격을 준비하거나, 로스쿨 진학 등 상위 단계로의 경력 설계도 고려할 수 있다.

 

법률 보조인의 역할, 소멸이 아닌 재정의의 시간

AI 기술은 분명 법률 산업의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그러나 모든 자동화의 이면에는 ‘인간의 역할은 무엇인가’라는 본질적 질문이 남는다. 파라리걸은 단순한 서류 정리 인력이 아니라, 법률 서비스를 구성하는 중요한 연결 고리였다. 그렇기에 지금은 그 역할을 없애야 할 시점이 아니라, 새롭게 재정의할 시점이다. 단순 업무에서 벗어나 전략과 감성, 그리고 융합적인 기술 역량을 갖춘 법률 전문 보조인으로 진화할 수 있다면, AI 시대에도 파라리걸은 여전히 법률 사무소의 핵심 인력으로 자리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기술의 방향이 아니라, 사람이 그 기술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