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직업군

AI 도입 이후 세무사의 업무 변화와 소외 현상: 자동화의 명암

haedal-new 2025. 7. 22. 11:23

서론: 세무사라는 전문직, AI 앞에 흔들리기 시작했다

세무사는 오랜 시간 동안 ‘불변의 전문직’으로 여겨졌다. 조세법 해석과 세무 전략 수립, 정밀한 계산 능력은 기술로 쉽게 대체할 수 없는 영역으로 인식되어 왔다. 하지만 AI 기반 회계·세무 솔루션이 급속히 확산되면서, 세무사조차도 업무 구조와 생존 방식을 재정의해야 하는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자동화된 세무 프로그램은 단순한 계산을 넘어, 수익 분석, 세금 예측, 리스크 탐지, 실시간 신고까지 수행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 특히 개인사업자와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자동 세무 솔루션이 널리 보급되면서, 중소 세무사무소는 급격한 고객 이탈과 수익 감소를 경험하고 있다. 이 글은 AI 기술 도입 이후 세무사 직군이 겪는 실질적인 업무 변화와, ‘소외 현상’으로 이어지는 구조적 문제를 분석하며, 세무사가 앞으로 어떤 전략으로 이 위기를 넘길 수 있을지 제시한다.

AI 시대 소외된 직업군 세무사 업무 변화 소외 현상 자동화

AI 세무 시스템의 발전: 단순 입력을 넘어 판단까지 한다

세무 분야에서 AI 기술이 본격적으로 적용되기 시작한 것은 ‘기장’과 ‘신고’ 업무의 자동화부터였다. 기존에는 사업자가 회계장부를 수기로 정리하거나, 엑셀로 기초 자료를 만들고 세무사에게 전달해야 했지만, 지금은 POS(판매시점관리) 시스템과 연동된 자동 세무 솔루션이 대부분의 과정을 실시간으로 처리하고 있다.

예를 들어, AI는 매입·매출 데이터를 분석하여 부가가치세 신고서를 자동 생성하고, 비용 항목을 분류해 절세 항목을 식별한다. 최근에는 머신러닝을 통해 고객의 업종과 연 매출 수준을 분석해 예상 세액을 제시하고, 세무 리스크까지 경고하는 기능도 탑재되고 있다. 단순한 계산기가 아닌 ‘조세 판단 엔진’에 가까운 시스템이 기업과 개인의 손안에 들어온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기술이 세무사의 핵심 업무를 직접적으로 잠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단순 기장, 정기 신고, 간이 절세 컨설팅 등 반복적이고 정형화된 작업은 AI가 훨씬 빠르고 정확하게 수행할 수 있다. 이는 곧 기본 업무 단가의 하락으로 이어지고, 세무사의 존재 이유에 대한 재검토를 요구하게 된다.

 

중소 세무사무소의 고객 이탈과 경제적 타격

AI 기술로 인해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곳은 바로 중소 세무사무소와 1인 세무사들이다. 대형 회계법인은 고부가가치 컨설팅과 국제 조세 전략, 상속 및 증여 전문 분야에 집중하고 있지만, 개인 세무사무소는 기장 대행과 일반 신고 대행으로 수익을 창출해왔다.

하지만 AI 기반 클라우드 회계 서비스(예: 자비스, 더존 스마트 A, 삼쩜삼, 웰컴택스 등)는 월 수수료 몇 천 원에서 몇 만 원 수준으로 동일한 업무를 자동화하면서, 수많은 개인사업자와 프리랜서들이 세무사를 거치지 않고 세무 처리를 직접 하고 있다. 그 결과, 기존 고객이 대거 이탈하거나 신규 고객 유치가 극도로 어려워지는 현상이 현실화되고 있다.

한 지방의 세무사는 “기존 거래처 중 30% 이상이 AI 세무 프로그램으로 전환했다”며 “심지어 기존 거래처 중 몇 명은 세금 신고가 늦거나 누락되어야 다시 연락이 오는 식”이라고 말했다. 세무사의 역할이 점점 ‘사후 점검자’ 혹은 ‘문제 해결자’로 밀려나는 흐름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AI가 대체할 수 없는 세무사의 고유 영역은 무엇인가?

AI가 수많은 업무를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인간 세무사만이 수행할 수 있는 핵심 영역도 분명 존재한다. AI는 규칙 기반의 계산과 예측은 잘하지만, 불확실한 변수나 사람 간의 협상, 감정적 판단이 필요한 상황에서는 한계를 보인다.

  • 복합 소득 구조와 세무 전략
    여러 사업을 동시에 운영하거나, 해외 수익과 연계된 복잡한 소득 구조는 AI 알고리즘이 쉽게 계산할 수 없다. 세무사는 다양한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절세 방안을 제안하고, 미래에 발생할 리스크를 예측해 구조를 설계할 수 있다.
  • 세무조사 대응 및 소명서 작성
    AI는 세무조사에 대응하는 소명서를 자동으로 작성할 수 없다. 국세청의 심리 기준이나 조사관의 판단은 여전히 인간적인 해석과 설득이 필요하다. 세무사는 법 해석의 여지를 파악하고, 유리한 입증 논리를 개발하는 데 강점을 가진다.
  • 고객 커뮤니케이션과 상담
    사업자는 자신이 어떤 세금 리스크에 노출되어 있는지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세무사는 고객의 상황을 듣고, 감정적으로 공감하며, 현명한 절세 전략을 제시하는 ‘조력자’로서 역할을 수행한다. 이는 AI가 절대 대체할 수 없는 영역이다.

 

세무사의 생존 전략: ‘고급화’와 ‘전문화’로 돌파하라

AI 시대에도 세무사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기존의 단순 기장·신고 서비스에서 벗어나 ‘고급화’와 ‘전문화’ 전략을 반드시 병행해야 한다.

사업자 중심의 재무 컨설팅 전문가로 전환

세무신고에만 머물지 않고, 현금흐름 분석, 투자 구조 제안, 자금 조달 전략까지 아우르는 종합 재무 컨설팅으로 서비스 폭을 넓혀야 한다. 이를 통해 고객의 신뢰와 충성도를 높일 수 있다.

세무 리스크 분석과 컨트롤 기능 강화

AI는 리스크를 감지할 수는 있지만, 그 원인을 파악하고 실질적으로 대응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세무사는 이상 징후 분석, 정기적인 세무 건강 진단, 사전 신고 구조 조정 등 리스크 관리자로 포지셔닝할 수 있다.

업종 특화형 세무 서비스 제공

IT 스타트업, 병원, 프리랜서, 유튜버 등 업종에 따라 세무 구조가 매우 다르다. 특정 업종에 특화된 경험과 노하우를 가진 세무사는 AI가 커버할 수 없는 ‘맞춤형 세무 파트너’가 될 수 있다.

AI 시스템을 도입한 ‘하이브리드 세무사’로 변신

AI를 거부할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활용해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사람 중심의 서비스에 집중해야 한다. 반복 업무는 AI에게 맡기고, 세무사는 고부가가치 영역에 집중하는 방식이 현실적인 생존 전략이다.

 

AI는 위협이 아니라, 역할 재정의의 계기다

AI는 세무사의 업무 중 많은 부분을 빠르게 대체하고 있지만, 그것이 ‘직업의 소멸’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지금은 세무사로서의 역할을 근본적으로 재정의할 수 있는 중요한 전환점이다. 단순 신고 서비스에서 고급 재무 컨설턴트로, 반복 업무자에서 전략 설계자로의 진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인간 세무사는 여전히 고객의 삶과 사업을 이해하고, 조세 전략을 설계하는 독보적인 능력을 가지고 있다. AI가 업무를 바꾼다면, 세무사는 직무의 깊이를 바꿔야 한다. 미래에도 살아남는 세무사는 기술을 두려워하지 않고, 기술 위에 인간적 통찰을 얹을 줄 아는 사람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