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이 일자리를 바꾸는 시대, 국가의 역할도 달라져야 합니다
2025년 현재, 인공지능(AI)은 세계 각국의 산업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습니다. 기업은 업무 효율을 높이기 위해 AI 시스템을 도입하고, 노동자는 기존의 일자리를 잃거나 새로운 직무로 전환해야 하는 시대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기술 혁신이 아니라 노동시장 전체의 재편을 요구하는 사회적 과제입니다.
이 가운데, 유럽 주요국은 AI 기술의 확산이 기존 일자리를 위협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노동 재분배와 전환을 중심에 둔 정책 구조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반면 한국은 기술 개발과 보급에 집중된 정책을 우선하며, 그로 인해 직업 소외와 노동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 글에서는 유럽형 노동 재분배 모델이 어떤 방식으로 사회적 전환을 설계하고 있는지, 한국은 이에 비해 어떤 대응에서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지를 비교 분석하겠습니다.
유럽은 노동자 중심의 '사회적 전환 모델'을 구축했습니다
유럽연합(EU) 및 주요 회원국은 AI 도입 초기부터 노동시장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제도적 안전망 구축과 노동자 재배치 전략을 동반 추진해왔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는 다음과 같습니다:
독일: “전환노동시장”과 노동시간 단축 중심의 재분배
독일은 AI 기반 자동화가 진행되면서 일부 직무가 감소하는 산업에서는 노동시간을 줄이고, 그만큼 다른 산업에 재교육된 노동자를 흡수하는 방식의 전환노동시장 모델을 도입했습니다.
또한 독일 연방노동청은 기업과 협약을 통해 일부 직무 소멸 시 해고 대신 근로시간 단축과 전직 교육을 병행하고, 이 과정에서 소득 손실을 국가가 일정 부분 보전해 주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프랑스: '인간 중심 전환' 원칙과 AI 사회 윤리 규범
프랑스는 AI 기술을 도입하는 기업에 대해, 사회적 책임과 고용 영향 평가 보고서를 제출하도록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기술 도입 전후 직무 변경과 소외 가능성 있는 인력에 대한 재교육 계획을 필수 조건으로 부과하고 있으며, 국가가 이를 감독합니다.
네덜란드: 전직 지원과 평생 교육을 연결한 이행 프로그램
네덜란드는 실직 위기 직군에 대해 직업 전환 전문가를 통한 1:1 맞춤형 전직 로드맵 설계와 함께, 국가 자격 체계와 연동된 AI 실무 교육 바우처 제도를 운영해 노동자 스스로 전환할 수 있는 자율성을 확보해줍니다.
요약하자면 유럽은 단순히 기술 도입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로 인해 변화될 노동구조를 어떻게 인도적으로 재설계할 것인가”를 중심에 둔 정책 기조를 채택하고 있다는 특징을 보입니다.
한국은 기술 보급 중심 정책이 직업 소외를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반면 한국의 AI 정책은 기술 경쟁력 확보와 산업 생산성 향상에 초점이 맞춰져 있으며, 노동자 보호나 직무 전환을 위한 제도적 장치는 미비한 상황입니다.
기술 도입은 빠르지만, 고용 구조 변화는 방치
스마트공장 보급률이나 AI 기반 산업 시스템 적용 속도는 빠르지만, 동시에 해당 기술 도입 이후 대체되는 직무에 대한 전환 설계나 고용 유지 대책은 기업 자율에 맡겨진 상태입니다.
예를 들어 AI 기반 키오스크 도입으로 점차 사라지는 계산원, 콜센터 자동응답시스템으로 축소되는 상담직, RPA 도입으로 감축되는 사무보조직 등은 대개 단기 계약직 또는 비정규직에 집중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별도 보호 정책이 마련되어 있지 않습니다.
재교육 제도는 있지만, 접근성과 연계성이 떨어짐
정부는 디지털 전환 인력 양성을 위해 다양한 재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지만, 대부분은 온라인 강좌 중심, 이론 위주, 고학력자 대상으로 구성되어 있어 기초 기술직, 고령층, 저학력자 등 실제 위험에 놓인 계층은 접근조차 어렵습니다.
또한 교육 이후의 직무 전환 경로가 명확하지 않아 실질적인 재취업 연결성이 낮으며, 이로 인해 교육과 취업 사이의 ‘단절’이 반복되는 구조적 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노동 재분배를 위한 시스템 설계 유무의 차이
유럽형 노동 재분배 모델은 '일자리의 양'보다 '일의 나눔과 전환'을 핵심 가치로 설정합니다. 이들은 기술이 일자리를 줄일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한 상태에서,
- 노동시간 단축,
- 역할 재조정,
- 다분야 교차 교육,
- 업종 간 이행 지원,
등을 통해 사회 전반의 실업률을 최소화하고 있습니다.
반면 한국은 일자리 자체의 절대 수를 늘리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기존 일자리를 잃은 사람에 대한 ‘배려 없는 전환’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기존 직업군에 있던 수많은 중장년, 기능 인력, 저숙련 노동자는 일자리에서 배제되는 동시에, 새로운 일자리에도 진입하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방치되고 있는 것입니다.
노동자 전환 정책을 위해 한국이 보완해야 할 부분
AI 시대에 ‘직업 소외’를 막기 위해 한국이 보완해야 할 정책 방향은 다음과 같습니다:
- AI 도입 기업에 ‘고용 영향 평가 보고서’ 제출 의무화
기술 전환이 직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사전에 분석하고, 대체되는 직무에 대한 재교육 또는 전환 계획 수립을 의무화해야 합니다. - 전직 지원 전담 인프라 구축
고용센터를 AI 전환 대응 거점으로 삼고, 맞춤형 직무 분석 + 진단 + 교육 매칭 + 취업 연계까지 통합 관리하는 ‘전환 코디네이터’ 시스템을 도입해야 합니다. - 디지털 접근성과 경제적 보장 병행
재교육 수요자는 대부분 소득 여건이 열악하므로, 교육비 지원과 생계보조를 연계한 ‘전환 보장 패키지’를 설계해 재교육의 실질 참여율을 높일 수 있어야 합니다. - 노동시장 전체의 ‘재조정 설계’를 위한 국가 주도 컨센서스 형성
기업·노동계·정부가 참여하는 ‘AI 전환 사회적 합의기구’를 구성하여, 국가 차원의 노동 재분배 정책을 중장기적 관점에서 설계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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