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직업군

AI 회계 자동화가 몰고 온 중소 회계사무소의 구조조정: 효율의 이면에 있는 생존의 고통

haedal-new 2025. 7. 25. 21:58

수기로 계산하던 시대는 갔다, 이제는 자동화의 칼날이 회계사무소를 겨눈다

회계는 오랫동안 ‘정확성’과 ‘전문성’을 핵심 가치로 삼아온 분야다. 특히 중소 회계사무소는 중소기업, 개인사업자, 프리랜서들의 세무·회계 업무를 도맡으며 실무 최전선에 존재해왔다. 하지만 최근 AI 기반 회계 자동화 시스템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이들이 맡아왔던 수작업 기반의 회계 업무는 점점 사라지고 있다. 영수증 처리, 분개 입력, 세금 계산, 장부 작성, 신고서 생성까지 AI가 실시간으로 자동 처리하면서 회계의 ‘단순 반복 업무’는 더 이상 인간의 몫이 아니다. 이는 중소 회계사무소의 조직 구조 자체를 뒤흔들고 있으며, 직원 감축, 역할 축소, 신규 고용 중단 등 구조조정이 현실화되고 있다. 이 글은 AI 회계 자동화가 실제 회계사무소의 운영에 어떤 변화를 일으키고 있으며, 그로 인해 발생하는 구조적 위기를 분석한다.

AI 시대 소외된 직업군 중소 회계사무소의 구조조정

자동 분개, 자동 장부, 자동 신고: 사람이 할 일이 줄어든다

과거에는 거래 내역을 분개하고 장부에 옮기는 것만 해도 상당한 시간과 인력이 필요했다. 하지만 지금은 POS와 카드사, 은행의 API를 연동한 후 AI 기반 회계 플랫폼을 이용하면 거래 자동 인식 → 자동 분개 처리 → 장부 작성 → 세금 신고까지 일괄 자동화가 가능하다.

대표적인 AI 회계 자동화 기능은 다음과 같다:

  • 영수증 스캔 인식 및 자동 분개
  • 거래 패턴 학습을 통한 반복 회계처리 자동화
  • 세금계산서/현금영수증 자동 수집 및 정리
  • 법인세·부가세 신고서 자동 생성 및 제출 연동
  • 재무제표 자동 작성 및 분석 리포트 생성

이러한 기능은 기존에 회계사무소 내 경력 1~3년차 실무 인력이 주로 담당하던 업무를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특히 반복적이고 규칙 기반인 업무일수록 AI의 자동화 속도는 빠르고 정확하다. 결과적으로 업무의 60~70% 이상이 시스템 내부에서 실시간으로 처리되며, 회계사무소 인력의 역할이 급격히 축소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중소 회계사무소의 현실: 효율은 올랐지만 사람은 줄였다

AI 회계 프로그램 도입 이후 중소 회계사무소에서 가장 먼저 일어난 변화는 인건비 절감과 동시에 진행된 구조조정이었다. 특히 월급제 사무직 인력과 기장보조 역할을 수행하던 인턴·초급 회계 인력은 가장 먼저 타겟이 되었다.

과거에는 몇 백개의 사업체를 관리하려면 최소 수십명의 직원이 필요했지만, AI 회계툴 도입 이후 1~2명의 고경력 인력만으로 동일 물량을 처리할 수 있게 되었다. 이에 따라 많은 회계사무소는 신규 채용을 중단하거나, 기존 인력의 계약을 갱신하지 않는 방식으로 조직을 축소해 나가고 있다.

한 회계사무소 대표는 “과거에는 세무조정이나 전표 작업을 수작업으로 하다 보니 시간이 많이 들었지만, 지금은 70% 이상이 자동화됐다. 경력이 낮은 직원은 일이 없어졌다”고 말한다. 기술은 효율을 가져왔지만, 사람이 사라지는 구조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실무자의 전문성 위축과 조직 내 역할 변화

AI 회계툴은 사람이 실수할 가능성이 있는 반복 작업을 빠르게 자동화하지만, 그로 인해 실무자의 업무 역량 축적 기회가 사라지는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과거에는 장부를 직접 만들고, 전표를 검토하며 하나하나 과정을 통해 회계 전반의 흐름을 이해했지만, 지금은 프로그램이 다 해주는 구조 속에서 ‘왜 이 전표가 이런 방식으로 처리되는지’를 배우는 기회가 줄고 있다.

또한 일부 회계사무소에서는 AI 도입으로 인해 직원의 업무가 단순 모니터링 또는 오류 확인 수준으로 격하되고 있다. 이는 구성원의 전문성을 약화시키고, 장기적으로는 사무소 전체의 역량도 저하되는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세무사나 회계사 본인조차도 직접 실무에서 점점 멀어지게 되며, 리스크 감지 능력이 떨어지는 역설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AI가 계산한 숫자는 정확하지만, 그 숫자의 맥락과 의미를 해석하는 능력은 결국 사람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AI와 공존하는 회계사무소의 전략: 사람의 가치는 전략과 커뮤니케이션에서 나온다

AI 자동화 흐름은 되돌릴 수 없다. 그렇다면 회계사무소는 어떻게 조직을 재정비해야 할까? 중요한 것은 ‘사람이 할 수 있는 고부가가치 업무’에 집중하는 구조로 전환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전략이 필요하다:

① 실무 인력을 ‘고객 전략 매니저’로 재교육

단순 기장에서 벗어나, 고객의 업종 특성에 따라 절세 전략, 자산 흐름 분석, 사업계획 연동 조세 컨설팅 등을 제안할 수 있는 전문가로 키워야 한다.

② 커뮤니케이션과 리스크 조율 업무 강화

AI는 계산은 잘해도, 고객과의 소통에서 실수하거나 고객의 불안을 해소하지 못한다. 사람은 ‘설명하고 신뢰를 쌓는 역할’에 집중해야 한다.

③ AI 기반 리포트의 해석 및 경영 컨설팅 확장

AI 회계 시스템이 생성한 재무분석 리포트를 기반으로, 사업 운영 방향, 리스크 대응 시나리오, 자금흐름 전략 등 고차원적인 해석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④ 고급 인력을 중심으로 소규모 정예화 구조 구축

다수의 보조 인력을 줄이고, 고급 역량을 가진 회계·세무 전문가 중심의 정예화된 조직으로 전환해야 장기적으로 수익성과 전문성을 모두 유지할 수 있다.

 

숫자를 정리하는 기술은 기계가 하지만, 숫자 뒤의 이야기는 사람이 읽는다

AI 회계 자동화는 회계사무소의 업무 효율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그러나 그 효율 뒤에는 사람이 사라지고 있는 현실이 존재한다. 중소 회계사무소는 이제 단순 계산과 기장 업무 중심의 조직에서 벗어나, 고객과의 전략적 관계를 형성하고, 복잡한 경영 이슈를 해석해주는 조력자 역할로 진화해야 한다.

기계는 숫자를 처리하지만, 숫자에 담긴 맥락과 감정을 읽고 대응하는 것은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구조조정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형태의 전문 조직으로 전환되는 기회가 되어야 한다. AI가 도구가 될 때, 회계사는 더 강력한 전문가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