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직업군

AI 기반 설계툴이 위협하는 인테리어 디자이너 시장: 감각의 직업은 사라지는가?

haedal-new 2025. 7. 25. 08:37

감각과 경험으로 완성되던 공간 디자인, 이제는 알고리즘이 제안하는 시대

인테리어 디자이너는 공간을 구성하는 감각의 예술가이자, 사용자 경험을 설계하는 실용적 전략가였다. 주거공간, 상업공간, 전시공간 등 다양한 영역에서 디자이너는 기능성과 미적 균형을 고민하며 사람이 머무를 수 있는 의미 있는 장소를 창조해 왔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인테리어 산업 전반에 변화의 조짐이 일고 있다. 바로 AI 기반 설계 툴의 보급과 상용화다. 머신러닝과 이미지 생성 AI 기술의 발전으로, 몇 번의 클릭만으로 공간 구조를 생성하고, 소재와 조명, 가구 배치까지 자동으로 제안하는 AI 설계 플랫폼이 급격히 확산되고 있다. 이는 단순한 보조도구를 넘어, 디자이너의 핵심 영역이던 ‘공간 기획’과 ‘디자인 제안’까지 침범하며 인테리어 디자이너의 위상을 흔들고 있다. 이 글은 AI 설계 기술이 인테리어 디자인 시장에 미치는 영향과, 디자이너의 생존 전략을 다각도로 분석한다.

AI 시대 소외된 직업군 인테리어 디자이너 시장 감각의 직업

AI 설계툴의 등장: 몇 초 만에 완성되는 인테리어 제안서

AI 기반 인테리어 설계툴은 사용자의 니즈를 입력하면, 그에 맞는 공간 구성을 자동으로 생성해준다. 대표적인 기능은 다음과 같다:

  • 이미지 생성 AI: 텍스트만 입력하면 특정 스타일(예: 북유럽풍 거실, 모던한 주방 등)에 맞는 3D 이미지 생성
  • 구조 최적화 알고리즘: 공간의 제약을 계산하여 최적의 가구 배치 제안
  • 조명·소재 시뮬레이션: 시간대별 빛 변화, 자재별 질감 표현까지 자동 구현
  • 스타일 추천 시스템: 사용자의 취향을 분석하여 유사 스타일 디자인 자동 제안
  • AR·VR 기반 실시간 시뮬레이션: 모바일 앱을 통해 공간을 즉시 가상 체험 가능

특히 이런 AI 도구는 비전문가도 사용할 수 있도록 인터페이스가 단순화되어 있으며, 주로 온라인 인테리어 플랫폼, 셀프 리모델링 앱, 가구 쇼핑몰 등을 통해 일반 소비자에게 제공된다. 결과적으로 고객이 직접 디자인을 기획하고 설계할 수 있는 구조가 가능해졌으며, 디자이너의 초반 기획 단계 역할이 축소되고 있다.

 

디자이너 시장의 현실: 단가 하락과 일감 감소가 동시에

AI 설계툴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중소 인테리어 디자이너들이 먼저 타격을 받고 있다. 과거에는 고객이 상담을 통해 요구사항을 말하면, 디자이너가 그에 맞는 레이아웃과 스타일을 제안하고 3D 렌더링까지 포함된 디자인 견적을 제시하는 구조였다. 하지만 이제는 고객이 AI 도구로 기본 도안을 만든 후, 단순 시공만 의뢰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이로 인해 디자인 제안 단계의 단가가 하락하고 있으며, 일부 고객은 디자인 작업 자체에 비용을 지불하지 않으려 한다. 심지어 AI가 생성한 결과물을 그대로 가져와 “이대로 시공만 해주세요”라는 요청이 늘고 있다. 이는 디자이너에게 경제적 손실뿐 아니라 전문성에 대한 무시와 감정적 소외를 동시에 유발한다.

한 프리랜서 인테리어 디자이너는 “고객이 AI 툴에서 이미 스타일을 고르고 와서, 내가 제안한 디자인은 보지도 않는다. 상담이 아니라 '실행 도우미'가 된 느낌이다”고 말했다. 이처럼 디자이너의 창작 권한이 축소되고, 단순 실무자로 전락하는 현상은 업계 전반에 걸쳐 퍼지고 있다.

 

AI가 흉내 낼 수 없는 ‘현장 감각’과 ‘정서적 배려’

AI 설계툴이 공간을 빠르게 제안하고 시뮬레이션을 보여줄 수는 있지만, 현장을 이해하고, 사람의 라이프스타일을 분석하여 정서적 배려가 담긴 공간을 설계하는 능력은 여전히 사람만이 할 수 있다.

  • 현장의 비정형 변수 대응력: 건축 구조의 하자, 층고 편차, 빛의 방향, 배관·전기 문제 등은 도면상으로 판단하기 어렵고, 현장 경험을 통해 판단해야 하는 영역이다. AI는 여기서 오류를 낼 가능성이 높다.
  • 사용자 생활패턴의 해석력: 같은 평면이라도 아이를 키우는 가정과 1인 가구는 완전히 다른 공간 설계가 필요하다. 이는 사용자의 삶을 ‘이해’해야 가능한 디자인이며, AI는 여기서 감각적인 대응을 하지 못한다.
  • 색채와 소재의 심리적 연출: 벽지 하나, 조명 하나가 공간에 주는 감정은 AI가 데이터로만 계산할 수 없다. 특히 사람의 기분과 정서를 고려한 디자인은 인간 디자이너의 핵심 경쟁력이다.
  • 고객과의 소통을 통한 조율: 고객이 직접 표현하지 못한 니즈를 읽어내고, 주관적인 감정을 반영해 디자인을 조정하는 일은 오직 사람만 할 수 있다.

따라서 디자인은 단순히 예쁜 공간을 만드는 기술이 아니라, 사람의 삶을 읽고 공간에 녹이는 작업이다. AI는 이미지와 도면을 만들 수 있지만, 사람의 ‘기억이 남는 공간’을 창조할 수는 없다.

 

인테리어 디자이너의 생존 전략: 단순 설계자가 아닌 ‘공간 경험 디렉터’로 진화하라

AI 시대에도 인테리어 디자이너가 자신의 영역을 지키기 위해서는 단순히 도면을 그리는 설계자에서 벗어나야 한다. 디자이너가 맡아야 할 역할은 오히려 AI 시대에 더 확대될 수 있다. 다음과 같은 전략이 필요하다:

고급 고객 맞춤형 공간 컨설팅으로 차별화

기성 주거 형태가 아닌 하이엔드, 감성 공간, 기능성 중심의 고급 디자인 영역에서는 AI가 따라올 수 없다.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한 맞춤형 컨설팅은 프리미엄 시장에서 핵심 경쟁력이 된다.

AI 툴을 활용하는 하이브리드 디자이너로 전환

AI 툴을 거부하지 말고, 오히려 활용하여 기획 시간을 줄이고 창의적 작업에 집중하는 방식으로 작업 방식을 전환할 수 있다. 디자인 제안서 생성에 AI를 활용하되, 최종 결정과 조율은 사람이 주도하는 구조다.

심리적 공간 기획자 또는 감정 디자이너로 포지셔닝

단순 미적 요소를 넘어, 공간에서 받는 심리적 영향(예: 휴식, 집중, 치유 등)을 분석하고 디자인하는 감성 중심 디자이너로의 확장이 필요하다.

퍼스널 브랜딩과 디지털 콘텐츠 강화

포트폴리오를 넘어서, 자신의 철학과 스타일을 전달할 수 있는 SNS, 유튜브, 블로그 등에서의 콘텐츠 발행과 교육을 통해 디자이너로서의 영향력을 구축해야 한다.

 

AI가 제안하는 공간은 빠르지만, 사람의 삶을 담은 공간은 느리게 완성된다

AI 설계툴은 인테리어 산업을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다. 그 속도는 놀라울 정도이며, 이제 단순한 디자인 영역은 더 이상 인간 디자이너의 고유 영역이 아니다. 그러나 디자인이란 단순히 시각적 결과물이 아니라, 사람의 삶을 읽고, 공간에 담아내는 서사적 행위다.
기계는 제안할 수 있지만, 기억에 남는 공간은 사람만이 만들 수 있다. 인테리어 디자이너는 이제 단순한 기술자가 아닌, 공간을 매개로 사람의 정서를 기획하는 창작자로 역할을 확장해야 한다.

AI는 효율을 제공하지만, 감동과 감각은 여전히 사람의 영역이다. 그리고 그 감각이야말로, 인테리어 디자이너가 살아남을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