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직업군

AI OCR 기술로 사라지는 문서 스캔 전문 직종: 디지털 전환의 그늘

haedal-new 2025. 7. 26. 12:07

한 장 한 장 넘기며 정보를 살렸던 사람들, 이제는 알고리즘이 대신하는 시대

문서를 디지털화하는 일은 단순히 종이를 스캔하는 작업이 아니다. 물리적 공간을 차지하던 수천, 수만 장의 문서 속에서 필요한 정보를 찾아내고, 이를 전산화하여 보관성과 활용도를 높이는 중요한 과정이다. 특히 기업, 병원, 법원, 도서관 등에서 아날로그 문서를 디지털 문서로 전환하는 전문 인력은 과거 수요가 꾸준했던 직종이다. 하지만 AI 기술, 특히 OCR(Optical Character Recognition, 광학 문자 인식) 기술의 급격한 발전으로 이 직종은 빠르게 축소되고 있다. 이제는 복잡한 문서도 자동 인식 후 텍스트 변환이 가능하고, 서식 분석과 카테고리 분류까지 AI가 처리하면서 ‘사람이 직접 스캔하고 정리하던 시대’는 끝나가고 있다. 이 글은 AI OCR 기술이 문서 스캔 전문 직종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그리고 이 직종 종사자들이 직면한 현실과 대안을 심층적으로 다룬다.

AI 시대 소외된 직업군 문서 스캔 전문 직종 디지털 전환

AI OCR 기술의 비약적 발전: 문자 인식에서 구조 분석까지

OCR 기술은 이미 수십 년 전부터 존재해왔지만, 과거에는 글꼴에 따라 인식률이 낮고, 복잡한 표나 수기 문서는 제대로 변환하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AI 기반의 OCR이 등장하면서, 기술의 경계가 크게 바뀌었다.

대표적인 AI OCR 기능은 다음과 같다:

  • 고해상도 자동 스캔 + 문자 인식 동시 처리
  • 한글, 영문, 일본어, 아랍어 등 다국어 인식 및 번역 기능 포함
  • 수기 필기체 텍스트까지 정확히 인식
  • 문서 내 표, 이미지, 그래픽 구성까지 분석하여 구조화된 데이터 추출 가능
  • PDF, 이미지 파일 내 텍스트 검색 및 자동 태그 부여 기능
  • 클라우드 기반 자동 분류 및 저장 기능 연계

이러한 기능은 단순한 스캔을 넘어 문서의 의미와 구조까지 자동으로 이해하고 처리하는 수준에 이르고 있다. 특히 Google Cloud Vision, Adobe Sensei, Microsoft Azure OCR 등 글로벌 기술 기업들이 AI OCR 시장에 대거 진입하면서, 기존의 인력 기반 디지털화 작업은 더 이상 경제적이지 않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문서 스캔 전문 인력의 현실: 사라진 일감, 멈춘 채용

과거 문서 스캔 전문가는 도서관, 정부기관, 병원, 연구소 등에서 다량의 종이문서를 정리하고 전산화하는 데 핵심 역할을 수행했다. 이들은 문서를 세척하고, 페이지를 정렬하며, 스캐너로 고해상도 이미지 파일을 만든 후, 분류와 저장까지 도맡아 진행했다. 그러나 이제는 AI OCR 시스템이 도입된 이후, 이 모든 작업이 몇 배 빠르게, 자동으로 처리되고 있다.

예를 들어 과거 1,000페이지짜리 기업 기록 문서를 2명이 2~3일에 걸쳐 스캔하던 작업은, AI 기반 스캐너 1대와 OCR 시스템으로 2시간 이내에 처리 가능하다. 이 과정에서 인력은 단순 기기 조작자로 축소되거나, 아예 배제된다.

그 결과, 다음과 같은 변화가 현실에서 나타나고 있다:

  • 문서 스캔 외주 수요 급감
  • 문서관리 전문업체의 계약 축소 및 폐업 증가
  • 스캔 전담직군의 신규 채용 중단
  • 문서 정리·입력 아르바이트 포지션의 소멸
  • 기존 인력의 타부서 전환 또는 계약 종료

이러한 변화는 특히 지방의 중소 스캔 업체와 공공기관 용역업체 종사자들에게 직접적인 생계 위협이 되고 있으며, 경력 재설계나 재교육 없이 업계를 떠나는 인력도 많아지고 있다.

 

AI로 대체되지 않는 영역은 있는가? 문서의 의미를 해석하는 사람의 역할

AI OCR 기술이 텍스트를 인식하고 구조화할 수는 있어도, 문서의 맥락과 법적 의미, 기록적 가치, 보존 여부 등 판단을 요구하는 영역에서는 여전히 사람의 역할이 필요하다.

  • 보존 가치 판단: 기록물 관리법 또는 기관별 보존 연한에 따라, 어떤 문서를 디지털화하고 어떤 문서를 폐기할지 결정하는 기준 판단은 사람의 해석이 필요하다.
  • 민감정보 비식별 처리: 개인정보가 포함된 문서는 자동 변환 전에 반드시 사람이 민감 내용을 마스킹하거나 분리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AI는 이 민감성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다.
  • 기록물 분류 체계의 커스터마이징: 공공기관이나 기업은 내부 분류 기준과 보안 정책에 따라 문서를 정리하는데, 이는 AI가 학습하기 어려운 고유 체계일 수 있다.
  • 문서 손상 및 변형 대응력: 찢어지거나 얼룩진 문서, 오래된 필름 원본 등은 여전히 사람이 세심하게 처리해야 한다.

즉, 문서를 단순히 '디지털 이미지'로 바꾸는 것은 기계가 할 수 있지만, 그 문서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어떤 방식으로 관리돼야 하는지는 여전히 사람의 판단이 필요하다.

 

문서 스캔 종사자의 생존 전략: 정보 관리 전문가로의 재정의

AI OCR 기술이 문서 스캔 업무를 대체하는 현실 속에서도, 해당 분야의 전문 인력은 다음과 같은 방향으로 진화할 수 있다:

기록물 관리 컨설턴트로의 전환

단순한 스캔 인력이 아니라, 기업이나 기관의 문서 분류 체계, 보존 기준, 접근 권한 구조를 설계하고 전산화 전략을 수립하는 고급 업무로 이동해야 한다.

정보 보안 및 개인정보 보호 분야 확장

AI가 민감 정보를 판별하지 못하는 한계에 주목하여, 문서 내 개인정보 식별·분리·마스킹 전문 인력으로 포지셔닝할 수 있다. 이는 점점 더 중요해지는 분야다.

AI OCR 툴 운영 및 커스터마이징 인력으로 진입

OCR 시스템을 단순히 사용하는 수준이 아니라, 툴을 설정하고 사용자 정의 템플릿을 만들며, 오류를 보정하는 ‘운영자’ 역할로 전환해야 한다.

디지털 자산 큐레이터로의 진화

기존 아날로그 문서를 단순히 디지털화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디지털 콘텐츠로 재가공하여 데이터베이스화하거나 아카이브화하는 콘텐츠 큐레이터로 확장 가능하다.

 

사라지는 건 스캔이 아니라, ‘의미 없이 반복된 노동’이다

AI OCR 기술은 문서의 표면을 읽고 디지털로 변환하는 데 탁월하다. 하지만 문서의 맥락, 가치, 민감성, 구조적 의미를 읽는 것은 여전히 사람의 몫이다.
문서 스캔 전문 인력은 단순히 스캐너를 다루는 기술자가 아니라, 기록의 흐름을 읽고 정보의 맥락을 파악하는 관리자로 전환할 수 있는 능력자다.
지금은 직무의 축소가 아니라, 역할의 재정의가 필요한 시기다.
기계가 처리하는 속도에 눌리기보다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해석과 판단의 영역에서 새로운 전문성을 세워야 한다.
디지털화는 시작일 뿐이고, 그 정보를 어떻게 읽고 연결할지는 결국 사람의 선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