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직업군

AI 음성 내비게이션이 라디오 방송 작가에게 주는 타격

haedal-new 2025. 7. 16. 08:13

길 위에서 사라지는 방송, 목소리를 잃는 작가들

2025년 현재, 자동차 운전 중 라디오를 켜는 사람보다 AI 음성 내비게이션과 대화를 나누는 사람이 더 많아졌습니다. 내비게이션은 단순한 경로 안내 도구를 넘어, 운전자의 취향과 현재 감정 상태를 파악해 음악을 추천하거나 뉴스, 날씨, 교통 정보, 심지어 농담까지 제공하는 ‘운전 동반자’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자동차 안에서 소비되던 대표적인 콘텐츠인 라디오 방송의 존재 가치를 약화시키고 있으며, 특히 음성 기반 스토리텔링을 기획해온 라디오 방송 작가에게 구조적인 타격을 주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출퇴근 시간대, 고속도로 운행 중 라디오 청취율이 높아 이를 기반으로 한 방송 작가의 수요가 안정적으로 유지되었지만, 지금은 AI 음성 비서와 내비게이션이 그 자리를 대체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본 글에서는 AI 내비게이션의 확산이 라디오 방송 작가에게 어떤 실질적 영향을 주고 있는지를 분석하고, 이들이 처한 현실과 생존 전략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AI 시대 소외된 직업군 라디오 방송 작가

운전자의 선택이 라디오에서 AI로 이동하면서 줄어든 작가의 일감

AI 음성 내비게이션은 이제 단순한 방향 안내기를 넘어서 콘텐츠 큐레이션 기능까지 탑재하고 있습니다. 네이버의 ‘클로바 오토’, 현대차의 ‘제네시스 인카AI’, 삼성전자의 ‘빅스비 드라이브’ 같은 서비스는 사용자의 음성 명령에 따라 뉴스 요약, 오늘의 운세, 날씨, 퀴즈, 짧은 잡학 지식 등을 자동으로 재생합니다.
이러한 정보들은 더 이상 사람이 제작하지 않습니다. 대부분 AI가 인터넷 데이터를 기반으로 자동 생성하거나, 사전에 설정된 알고리즘에 따라 자동 큐레이션됩니다. 이는 기존에 라디오 작가가 직접 구성하고 쓰던 짧은 사연, 퀴즈, 생활정보, 오프닝 멘트 등 콘텐츠 영역과 직접적으로 겹치며, 작가의 실질적인 일감을 줄이고 있습니다.
특히 교통정보 방송이나 도로 상황 안내 방송은 과거 라디오 작가의 핵심 콘텐츠였지만, 지금은 AI가 실시간 센서와 교통망 데이터를 분석해 자동 음성으로 전달하고 있어, 해당 방송 작가의 수요는 급감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라디오 방송의 청취율 하락만이 아니라, 작가의 고용 기회 자체가 사라지는 구조적 문제로 연결되고 있습니다.

 

AI 음성 기술의 진화가 가져온 콘텐츠 포맷의 변화

라디오 방송 작가는 대개 짧은 시간에 강한 몰입감을 줄 수 있는 멘트 구성 능력, 리드미컬한 진행 대본 구성, 게스트 대화의 흐름을 정리하는 능력 등을 중심으로 활동해왔습니다. 그러나 AI 음성 내비게이션은 이러한 ‘방송적 대화’를 대체 가능한 형식으로 재구성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AI는 사연이나 뉴스의 감정 톤을 분석하여 음성 톤을 조절하거나, 상황에 맞는 음악을 삽입하고, 사용자에게 질문을 던지는 방식의 인터랙션까지 구현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청취자가 방송 대본을 기다리거나 스토리를 따라가는 방식이 아니라, 그 순간 듣고 싶은 정보를 ‘요청’하고 ‘소비’하는 구조로 변화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콘텐츠 소비의 변화는 방송 작가가 오랜 시간 공들여 작성하던 시그널 멘트, 상황극 구성, 라디오 드라마 형식의 콘텐츠 등 전통적 포맷의 필요성을 급감시키고 있으며, 작가의 창의성과 문학성이 반영될 수 있는 무대 자체가 축소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결국 콘텐츠 포맷이 자동화되고 개인화될수록, 라디오 방송 작가의 역할은 축소되고, 방송을 ‘기획’하던 사람보다는 데이터를 ‘운영’하는 사람이 주도하는 구조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프리랜서 작가가 느끼는 고용 불안과 수익 구조 악화

라디오 방송 작가의 대부분은 프리랜서 또는 외주 계약 형태로 근무하고 있으며, 고정 프로그램이 줄어들면 그만큼 수익도 감소합니다. 그런데 최근 AI 기반 음성 콘텐츠 시스템이 늘어나면서, 기존의 교통방송, 아침 정보 프로그램, 퀴즈 코너 등 작가가 많이 참여하던 프로그램이 통폐합되거나 폐지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라디오 작가는 방송 횟수 감소, 편성 시간 단축, 코너 폐지로 인한 프로그램 참여 배제 등 다양한 형태의 고용 불안을 경험하고 있으며, 특히 1인 방송 제작자가 늘어나고, 방송국조차도 AI 음성 요약 콘텐츠를 도입하는 상황에서는 경쟁력이 있는 일부 작가 외에는 새로운 일감을 찾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일부 지역 라디오는 키오스크형 교통 방송 시스템으로 대체되었고, 음악 스트리밍 플랫폼에서는 AI DJ 기능이 도입되면서, 기존 작가의 자리를 데이터 엔지니어, UX 기획자, AI 콘텐츠 관리자에게 넘기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작가는 글쓰기를 기반으로 한 노동자가 아닌, 플랫폼에서 밀려나는 비정형 창작자로 위치 지워지고 있으며, 이는 라디오 생태계 전체의 콘텐츠 다양성 약화로도 이어질 수 있는 문제입니다.

 

AI 시대, 라디오 방송 작가의 새로운 역할 찾기

AI가 라디오 콘텐츠를 대체하고 있는 지금, 방송 작가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대본 작성 능력 이상의 ‘스토리 기획자’로서의 정체성 확립이 필요합니다.
첫째, 작가는 AI를 활용한 음성 콘텐츠 포맷 제작자 또는 감성 큐레이터로 진화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AI가 생성한 음성 콘텐츠의 흐름을 조율하거나, 감정 톤에 맞는 음악·멘트·전환 효과를 배치하는 작업은 여전히 사람의 섬세함이 필요한 영역입니다.
둘째, 기존 방송 작가는 오디오 플랫폼으로의 이직을 고려해야 합니다. 팟캐스트, 오디오북, 브런치 라디오, 유튜브 오디오 등 신규 음성 콘텐츠 시장에서 작가는 기획자이자 연출자로 활동할 수 있는 기회를 다시 찾을 수 있습니다.
셋째, 기술 중심의 역량을 갖춘 ‘AI 콘텐츠 운영자’로서의 전환도 필요한 시점입니다. 데이터 기반으로 청취자 반응을 분석하고, 맞춤형 대본을 제작하는 AI 프롬프트 라이팅, 인터랙티브 콘텐츠 기획 등은 향후 작가가 새로운 방식으로 쓰일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줍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람의 언어는 감정을 전달하는 수단이며, AI가 따라올 수 없는 영역도 존재한다는 사실입니다. 작가가 그 가치를 포기하지 않는다면, AI 시대에도 스토리를 만드는 사람은 반드시 필요합니다.